전주이씨영성군파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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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대하 (16화) 영경연사와 팔도 병마, 시중에게 모인 군사

15화가 공양왕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끝났다면, 16화는 그 조정에서 힘이 어디로 모이는지를 보여준다. 『태조실록』 총서는 공양왕 2년(1390) 정월의 일을 짧게 적어 두었다. 문장은 짧지만, 그 안에 당시 권력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1390년 공양왕 2년의 군사 개편을 정리한 자체 도해
이미지 출처: 조선왕조실록 공식 원문을 바탕으로 만든 자체 도해

정월, 경연관을 두다

총서는 공양왕이 경연관을 두어 이성계를 영경연사로 삼았다고 적었다. 경연은 임금이 신하와 함께 경서와 역사를 강론하는 자리입니다. 새로 즉위한 임금에게 이 자리는 통치의 명분을 세우는 장치이기도 했지요.

이 자리에 이성계가 이름을 올렸다. 훗날의 태조가 이 시점에 이미 조정의 학문과 정치를 아우르는 자리에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기록은 조선이 세워진 뒤 편찬된 총서이므로, 서술이 태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되었을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팔도의 병마를 한 사람에게

같은 기사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전한다. 공양왕이 명하여 이성계가 팔도의 병마를 거느리게 하고, 군영을 설치해 번을 나누어 교대해 지키게 하며, 군자로써 늠록을 주게 하였다는 대목이에요.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팔도의 병마를 한 사람이 관장한다. 둘째, 군영을 설치해 교대 근무 체계를 세우도록 합니다. 셋째, 군량으로 녹봉을 지급한다. 군사 지휘와 병력 순환, 재정이 한 줄에 묶여 있지요.

교대 근무는 병사가 오래 한 곳에 머무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군자로 녹을 주었다는 대목은 군사 운영에 재정이 함께 붙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일에는 반드시 먹이는 문제가 따르니까요.

이 기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자. 정월에 군사를 맡고, 삼월에 병으로 물러나고, 사월에 상을 받았다. 한 해 안에 권한과 물러남과 예우가 한 사람을 오가며 붙었어요. 이런 흐름은 조정이 아직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이 회차에서 우리가 가져갈 것은 촛점 하나다. 기록이 무엇을 적지 않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군영의 규모, 교대 주기, 늠록의 액수는 적혀 있지 않아요. 빈자리를 상상으로 채우지 않는 것이 이 연재의 원칙입니다. 기록에 없는 것은 없다고 쓰고 넘어가요. 다만 무엇이 없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그 시대의 모양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혹시 다른 사료에서 군영 규모를 보신 분이 있다면, 이 기사와 나란히 놓고 읽어 보세요.

항목총서의 서술
직함영경연사
군사팔도 병마를 거느림
운영군영 설치, 번을 나누어 교대
재정군자로 늠록 지급

군영 운영 방식 자체 도해
이미지 출처: 조선왕조실록 공식 원문을 바탕으로 만든 자체 도해

삼월, 병으로 사직하다

그러나 몇 달 뒤 기록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총서는 3월에 이성계가 병으로 사직하였다고 적었다. 앞서 맡은 직무가 무거웠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 기사예요. 4월, 공양왕은 중사를 보내 문병하고 억지로라도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공신에게 교서를 내려 공로를 칭찬하며 내구마 한 필, 백금 오십 냥, 비단과 명주 각 다섯 단, 금대 한 개를 내리고 내전에서 위로하는 연회를 열었다고 전합니다.

이 대목의 하사품 목록은 실록 서술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규모를 해석하기보다, 왕이 예우를 갖추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으면 좋아요.

사직과 예우가 번갈아 나오는 이유

사직과 후한 예우가 번갈아 나오는 장면은 이 시기 조정의 성격을 말해 줍니다. 왕은 군사권을 쥔 신하에게 자리를 맡기면서도, 그 신하가 병을 이유로 물러나려 하면 붙잡아야 했어요.

총서는 그 긴장을 평가하지 않고 사실만 남겼다. 다만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면, 이 긴장이 오래가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해의 기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왕의 행동이다. 병을 위문하고 하사품을 내리는 일을 직접 챙겼어요. 신하를 예우하는 형식이 곧 왕권을 지키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차에서 구분해 읽을 점 자체 도해
이미지 출처: 조선왕조실록 공식 원문을 바탕으로 만든 자체 도해

다음 회차로

군사와 재정이 한 사람에게 모인 조정에서는 그 사람을 둘러싼 말이 늘어난다. 다음 회차에서는 1390년 5월, 명의 예부를 통해 전해진 고발 사건으로 넘어갑니다. 조정 전체를 흔든 옥사의 시작이지요.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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